‘한글 맞춤법’(요약)
한용운(겨레말 큰사전 남북 공동 편찬 위원회 편찬 실장)
1. ‘한글 맞춤법’의 원리
<‘한글 맞춤법’의 총칙>
제1항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제2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제3항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다.
제1항은 국어 맞춤법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표준어는 ‘표준어 규정(1988)’의 총칙 제1항에 따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 된다. 맞춤법의 원리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 ‘표음주의(phoneticism)’ 표기법과, 형태소의 원형을 밝혀 적는 ‘표의주의(ideographicism)’ 표기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제1항에서는 이 두 표기법의 원리가 국어에 함께 적용됨을 명시한 것이다. 즉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라는 표현은 표음주의의 원리를 따른다는 의미이고,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표의주의의 원리를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1) ㄱ. 머리, 뼈, 차
ㄴ. 꽃{이, 도, 만} : 꼬치/꼳또/꼰만
(1ㄱ)은 표음주의 표기법의 원리로 표기한 것이다. (1ㄱ)처럼 소리대로 적었을 때 그 표기가 항상 일정하게 나타나는 형식은 표음주의 방식만으로 표기할 수 있다. 그런데 (1ㄴ)에서처럼 ‘꽃’은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와 결합하면 다음 음절의 초성으로 발음되고(꼬치), ‘ㄱ, ㄷ, ㅂ, ㅈ’ 등의 폐쇄음과 결합하면 대표음 ‘ㄷ’으로 발음되며(꼳또), 비음 ‘ㅁ’과 결합하면 ‘ㄴ’으로 발음된다(꼰만). 이처럼 발음대로 적게 되면 ‘꽃’이라는 단어는 여러 형식의 표기가 있게 되어 독서의 능률을 떨어뜨리게 되는 등 여러 가지 비효율적인 면이 있으므로, 이 경우는 어법에 맞도록 적는다는 규정을 둔 것이다.
제2항은 띄어쓰기에 관한 규정으로, ‘한글 맞춤법’에서는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2) ㄱ. 이세분도의를위해서일어났고의를위해서귀한목숨을바쳤습니다.
ㄴ. 이 세 분도 의를 위해서 일어났고 의를 위해서 귀한 목숨을 바쳤습니다.
(2ㄱ)에 비해 (2ㄴ)의 예문이 의미를 파악하기 쉬우므로 ‘한글 맞춤법’에서는 띄어쓰기 규정을 둔 것이다.
제3항은 외래어를 한글로 표기하기 위한 규정이다. 외래어는 한국어에 포함되므로 별도의 규정을 둔 것인데, 언어별로 표기법을 따로 규정하고 있다.
2. ‘한글 맞춤법’의 실제
(1) 있음/*있슴
서울에 있음./서울에 있습니다.
(2) 거친/*거칠은
ㄱ. 하늘을 나는 비행기 / *하늘을 날으는 비행기
ㄱ′멀리 날아가는 비행기 / *멀리 날라가는 비행기
ㄴ. 거친 벌판 / *거칠은 벌판
ㄷ. 놀이터에서 *놀으는 아이들 /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 ‘ㄹ’ 받침을 가진 용언 어간에 관형형 어미가 연결되면 ‘ㄹ’이 줄어드는 것이 원칙이다. ‘거칠-+-은’, ‘그을-+-은’, ‘날-+-으는’, ‘녹슬-+-은’은 ‘거친’, ‘그은’, ‘나는’, ‘녹슨’이 된다. ‘*날으는’, ‘*거칠은’으로 표기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표기는 규범에 맞지 않는다.
(3) 도와/*도워
ㄱ. 옷감이 고와서(←곱-+-아서) 옷을 만들기가 아까워(←아깝-+-아).
ㄴ. 이삿짐 싸는 것을 좀 도와줘.
※ ‘ㅂ’ 받침을 가진 용언 중 ‘곱다’, ‘돕다’만 ‘고와’, ‘도와’로 활용한다. 나머지 경우는 ‘부끄럽다/부끄러워’, ‘가깝다/가까워’처럼 활용한다.
(4) 되라/돼라
ㄱ. 부지런한 사람이 {*되/돼/돼라}.
ㄴ.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부지런한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 ‘되-’에 ‘어’로 시작하는 어미가 연결되어 줄어들면 ‘돼’가 된다. ‘되-+-었다→됐다’, ‘되-+-어서→돼서’가 그러한 경우다. 한편, ‘되라’는 ‘되-+-(으)라’의 구조이므로 ‘되-+-어라’의 구조로 된 ‘돼라’와는 구별해야 한다.
(5) 사귀어/*사겨
ㄱ. 너희 둘이 {사귀어/*사겨} 보면 어떨까?
ㄴ. 내 것과 네 것이 {바뀌었어/*바꼈어}
※ ‘사귀어’와 ‘바뀌어’는 ‘*사겨’, ‘*바껴’로 줄지 않는다. 따라서 ‘사귀어’, ‘바뀌어’로 적어야 한다.
(6) 연도/년도
ㄱ. 연도별 생산 실적, 회계 연도
ㄴ. 2014 년도/2014년도, 2010 년대/2010년대
ㄷ. 동구릉, 태릉, 선릉, 실낙원/*실락원
※ 위의 예는 두음 법칙(頭音法則) 표기에 관한 것이다. 두음 법칙은 ‘ㄹ’과 ‘ㄴ’이 단어의 첫머리에 발음되는 것을 꺼려 다른 소리로 발음되는 음운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국어의 경우 한자음에 한하여 두음 법칙을 표기에 적용하고 있는데, ‘ㅣ, ㅑ, ㅕ, ㅛ, ㅠ’ 앞의 ‘ㄹ’과 ‘ㄴ’이 ‘ㅇ’이 되고, ‘ㅏ, ㅓ, ㅗ, ㅜ, ㅡ, ㅐ, ㅔ, ㅚ’ 앞의 ‘ㄹ’이 ‘ㄴ’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7) -률/-율
ㄱ. 비율(比率), 실패율(失敗率)
ㄴ. 선율(旋律), 전율(戰慄), 백분율(百分率)
ㄷ. 법률(法律), 능률, 출석률
※ 국어에서 두음 법칙은 단어의 첫머리에서만 적용되고, 단어의 첫머리가 아니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이어지는 ‘렬(劣, 列, 烈, 裂)’과 ‘률(律, 率, 慄)’은 단어의 첫머리가 아니더라도 ‘열’이나 ‘율’로 표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렬’이나 ‘률’은 바로 앞의 음운이 ‘모음’이나 ‘ㄴ’이면 ‘열’, ‘율’로 표기하고, ‘모음’이나 ‘ㄴ’이 아닌 다른 음운이 오면 ‘렬’, ‘률’로 표기하여야 한다. 즉 ‘나열(羅列)’의 ‘列’은 그 앞에 모음 ‘ㅏ’가 있으므로 ‘열’로 표기하여야 하고, ‘분열(分裂)’의 ‘裂’은 그 앞에 자음 ‘ㄴ’이 있으므로 ‘열’로 표기하여야 한다. 만약 ‘렬’이나 ‘률’의 앞에 나타난 음운이 ‘모음’이나 ‘ㄴ’이 아니면 ‘렬’과 ‘률’로 표기하여야 한다. 즉 ‘行列’처럼 ‘ㅇ’ 뒤에 ‘列’이 오면 ‘행렬’로 표기하여야 하는 것이다. ‘렬’과 ‘률’에 대한 이러한 규정은 이름에도 적용되므로 유의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金箱烈’이라는 이름의 경우 ‘烈’ 바로 앞의 음운이 ‘모음’이나 ‘ㄴ’이 아닌 ‘ㅇ’이므로 ‘김상렬’처럼 ‘렬’로 표기해야 한다.
(8) 만듦/*만듬, 갈다/갊, 잡다/잡음
※ 국어의 명사형 어미로는 ‘-(으)ㅁ’과 ‘-기’가 있다. ‘-(으)ㅁ’은 ‘앞말이 ‘모음’이나 ‘ㄹ’이면 ‘ㅁ’을 붙이고, ‘ㄹ’ 이외의 자음이면 ‘-음’을 붙인다. 따라서 ‘만들다’의 명사형은 ‘만듦(만들-+-ㅁ)’이고, ‘갈다’의 명사형은 ‘갊(갈-+-ㅁ)’이다. 앞말이 ‘모음’이나 ‘ㄹ’이 아닌, ‘잡다’의 명사형은 ‘잡음(잡-+-음)’이다.
(9) 숟가락/젓가락
※ 앞말이 ‘ㄹ’ 받침인 어기가 뒷말과 결합하여 합성어가 될 때, ‘ㄹ’ 받침이 ‘ㄷ’으로 변한 것은 ‘ㄷ’으로 적는다. (‘한글 맞춤법’ 제29항 참조)
예): ‘반짇고리(바느질~), 사흗날(사흘~), 삼짇날(삼질~), 섣달(설~), 숟가락(술~), 이튿날(이틀~), 잗주름(잘~), 푿소(풀~), 섣부르다(설~), 잗다듬다(잘~), 잗다랗다(잘~)’ 한편 ‘젓가락’은 ‘저+가락’의 구성인데, 합성어가 되면서 구성 성분 사이에 ‘사이시옷’이 개입된 것이다.
(10) 요/오
ㄱ. 이것은 책이요, 저것은 연필이다.
ㄴ. 무엇을 드릴까(요)?
ㄷ. 말씀 낮추십시오.
ㄹ. 안녕히 가세요.
ㅁ. 무엇하셔요?
※ ‘요’와 ‘오’의 구분: ‘이것은 책이요, 저것은 연필이다’처럼 연결형이면 ‘이요’이다. 연결형이 아니면 ‘이요’가 아니라 ‘이오’이다. ‘이것은 내 책이오’.
‘요/오’는 문장 끝에 붙는데 ‘요/오’를 빼고 문장이 성립하면 ‘요’를 쓰고, 문장이 성립하지 않으면 ‘오’를 쓴다. ‘어떻게 살리-요’, ‘참으리-요’, ‘좋지-요’는 ‘요’를 빼도 문장이 성립하지만 ‘이리 오시오’, ‘무엇 하오’는 ‘오’를 빼면 문장이 성립하지 않는다.
(11) 아니요/*아니오
ㄱ. 오늘 철수가 온다고 했니?
ㄴ. {아니요/*아니오}, 영수가 온다고 했어요.
ㄷ. 나는 의사가 아니오.
ㄹ. 다음 물음에 예, {아니요/*아니오}로 답하시오.
예
↔
아니요
↑
↑
응
↔
아니
※ ‘예’의 짝은 ‘아니요’이고, ‘아니오’는 ‘그것은 당신 책이 아니오’처럼 ‘아니-’에 ‘-오’가 붙은 서술어이므로 문장의 첫머리에 쓰이지 않는다.
(12) 왠지/*웬지
ㄱ. 오늘은 {왠지/*웬지} 기분이 좋아.
ㄴ. {웬/*왠} 낯선 사람이 찾아왔던데?
※ ‘왠지’는 ‘왜인지’에서 줄어든 말이므로 문맥에서 ‘왜인지’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웬 잔소리’, ‘웬 낯선 사람’의 경우 ‘*왜인 잔소리’, ‘*왜인 낯선 사람’이 아니므로 ‘웬’으로 표기해야 한다.
(13) 샛노랗다/*싯노랗다
ㄱ. 새빨갛다, 새파랗다
ㄴ. 샛노랗다, 샛말갛다
ㄷ. 싯누렇다, 싯멀겋다
※ 접두사 ‘새-/시-, 샛-/싯-’은 뒤에 오는 용언 어간 첫음절의 자음과 모음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결합 양상이 달라진다.
자음
모음
유성음
(ㄴ, ㄹ, ㅁ, ㅇ, 모음)
유성음을 제외한
나머지
양성 모음
샛-
새-
음성 모음
싯-
시-
‘파랗다’는 첫음절 자음이 ‘거센소리(격음)’인 ‘ㅍ’이므로 ‘새’나 ‘시’ 가운데 하나로 제한되고, 첫음절 모음이 ‘ㅏ’로 양성 모음이므로, ‘새’와 ‘시’ 중에서 ‘새’가 선택되어 ‘새파랗다’가 된다. 따라서 ‘샛파랗다’, ‘시파랗다’, ‘싯파랗다’는 틀린 표기가 된다. 다른 예로, ‘누렇다’의 경우, 첫음절 자음이 유성음 ‘ㄴ’이므로 ‘샛’이나 ‘싯’ 가운데 하나로 제한되고, 첫음절 모음이 ‘ㅜ’로 음성 모음이므로, ‘샛’과 ‘싯’ 중에서 ‘싯’이 선택되어 ‘싯누렇다’가 된다. 따라서 ‘샛누렇다’, ‘새누렇다’, ‘시누렇다’는 틀린 표기이다.
(14) 개선코자, 매입코자, 조성코자/*개선코져, *매입하고져, *조성코저